TAPAS: 스페인 음식 디자인 展
월요일 꿀휴가에 관람한 '스페인 음식 디자인전'.
몇 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폴란드 가구 디자인 전과 연계 강의를 들었 던 적이 있었는데 한국교류재단에서 이번에도 정말 괜찮은 전시회를 주최했다.
스페인의 음식문화를 부엌, 식탁, 음식이라는 세 분야로 나눠서 전시를 했고 그 섹션마다 스페인 음식과 현대 디자인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2011년에 안달루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미친듯이 먹었던 기억 밖에 없는 나에게 이번엔 양식(食)이 아닌 스페인 음식에 대한 일용할 양식(識)이 되는 전시회 였다.
당시 먹방이란 단어가 없던 시절 올렸던 스페인 음식 포스팅: 2010/06/08 - [나돌아 다님의 기록] - [스페인] 나 스페인 먹으러 갔니?
12시 30분에 도슨트 맞추려고 친구와 함께 종각역에 도착했으나 점심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넥타이부대 사이에서
길 잃고 ㅋㅋㅋㅋㅋㅋ 미래에셋이라고 써있는 건물이 도대체 몇개얔ㅋㅋㅋ 아무튼 어렵사리 찾아왔다. 이미 도슨트는 끝난 시간 이었는데...
혹시 몰라 인포데스크에 도슨트 요청 드리니 흔쾌히 해주셨다. 주변에 누가 이 전시회를 간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도슨트'시간 맞춰서 꼭 가라고 하고 싶다.
No 도슨트 No gain이다..
무조건 도슨트와 함께 전시를 돌기를 추천. 아래 사진들은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리고 기억에 남기고 싶은 작품들로 추렸다.
1. 스페인 와인 라벨링 디자인 中 : 숙성연도와 맛, 향을 포도 농장에서 근무하는 실제 농부들의 얼굴로 표현한 디자인. 청년 와인, 중년 와인, 노년 와인.
2. 경제 위기의 하몽(Jamon) :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건조한 스페인 전통 음식이다. 안주나 샐러드 재료로만 알고 있었는데 스페인에는 하몽을 주고 받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경제 위기가 있던 시절 (아마 지금도?ㅋㅋ) 비싼 하몽을 구입할 구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하몽 모양으로 풍선. 참 귀여운 아이디어.
3. 펜촉 모양의 커피 스푼: 스푼의 끝을 펜촉으로 디자인하여 커피를 젓고 티슈나 종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익살꾸러기같으니라고!!
4. 전통적인 와인 저그: 염소 가죽으로 만든 소위 와인 텀블러. 스페인 사람들은 이렇게 와인을 들고 다녔나보다. 마치 폴란드 사람들이 보드카를 몸에 지니고 다니 듯..
5. 현대적인 와인저그: 전통 디자인을 재해석하여 탄생한 '와인저그'. 하나 가지고 싶을 정도. 염소 가죽 털 부분이 안쪽에 있는데 오히려 그 털들이 정수기 필터처럼 작용하여 이물질을 제거해 준다고 한다.
6. 축구 게임 테이블: 그래, 스페인 이잖아. 이 정도 디자인은 나와 줘야지. 축구 게임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테이블.
7. 쿨한 연인들을 위한 식탁 키트: 돈은 없지만 형식은 갖추고 식사를 하고 싶은 젊은 세대를 위한 식탁.
좁아 보이지만 꽃, 와인, 넵킨, 컵, 접시 모두 다 갖추고 식사를 할 수 있다. 심지어 초도 밝힐 수 있다.
식사가 끝나면 모두 접어서 박스에 담아서 정리 할 수 있다. 디자인+실용 두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 돈 없는 연인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지만 오히려 '있어 보이는' 디자인이다.
8. 서양 식사 예절을 모르는 이들을 위하여: 나같은 사람을 위한 ㅋㅋㅋ 지침서와 같은 테이블 보.
9. 환경을 생각한 스페인 디자인: '자연친화적'이 화두 인 것은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 인가 보다. 이번 전시에도 Eco-Friendly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 디자인 하나. 바로 남은 빵을 가지고 새집을 지어서 구멍을 내고 나무 막대를 꼽아 나무에 걸어 두게 끔 한 디자인. 이 것 말고도 도마에 송송송 구멍을 내어 빵을 썰고 남은 빵가루가 자연스레 밑으로 흘러가 관을 타고 새 모이통과 연결되어 새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한 디자인도 인상 깊었다. 실제로 이용하려면 기술적으로 보완이 더 필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정말 좋았다.
10. 부엌 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 부엌 섹션에 전시 되어있었던 고깔 모양 화분들.
11. 츄러스 : 놀이공원에서 꼭 먹었던 계피향의 달달한 디저트 '츄러스'. 스페인 출신이다. 도슨트에 따르면 요즘 젊은 스페인 사람들은 해장 할 때 츄러스를 먹곤 한다네..
12. 구운 조명: 철사 구조물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실제 빵 반죽을 입혀서 구워낸 조명 디자인. 정말 뜯어 먹을 수 있다고 함.
13. 츄파춥스: 스페인어로 쭉쭉- 빨다. 라는 뜻을 가진 츄파 춥스. 나도 이 전시회를 보기 전 까지는 그냥 미국산이려니 생각했는데.
으아니! 스페인산 이라니? 그것도 살바도르 달리가 상품 디자인을 했다니!! 갑자기 추파춥스가 고귀해 보인다.
츄파츕스의 고유의 디자인이 나오기 전 까지는 상품 로고는 왼쪽 아래 편에 작게 있었고, 가게에서도 높은 쪽에 유리통에 담겨 진열 되어있었다고 한다.
주요 소비층이 '어린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유리통은 위험했고, 아이들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진열 되어있었으니 장사가 잘 될리가.
이 획기적인 브랜드 디자인이 탄생한 후로는 로고도 막대사탕 가운데로 옮겨 졌고 산 모양의 통에 사탕을 돌돌돌 꼽아서 계산대 바로 옆에 놓고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 후, 츄파춥스의 판매율은 급증 했다고 한다. 아이디어와 디자인하나가 이렇게 큰 힘을 발휘 할 수 있다는 좋은 예.
14. 파에야 (Paella): 스페인식 철판 볶음밥이라고 알고 있었던 파에야. 철판에 볶는 모든 음식을 파에야라고 한단다.
고기를 볶아도 파에야. 야채를 볶아도 파에야. 밥을 볶아도 파에야. 갤러리에는 실제 파에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철판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 수와 양대로 크키가 차이 나는 철판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비빔밥 비빌 때 엄청 큰 통을 사용 하여 비비고 사람들이랑 나눠 먹는다. 이런 문화도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15. 레알 츄파춥스: 한시간 반동안 전시를 쭉 둘러보고 설문조사 후 받은 츄파츕-스! 괜히 있어보여. 괜히 달라보여.
전시는 4월 29일까지 계속. 도슨트 투어는 월-금 12:30 / 14:00/ 18:30. 토요일은 12:30 / 14:00 / 17:00. 일요일은 휴무.
종각역에서 걸어가도 되는 위치이지만, 을지로 입구 역에서 내려 종각역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는게 더 가깝다.
미래에셋빌딩 안에 있으니 직장인들과 함께 우르르 들어가서 오른편에 하얀 계단을 이용하여 2층으로 올라가면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가 있다. 안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