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에 도착한지, 3일 째.. 길가 이곳저곳 붙어 있는 '6월 3일' 투우경기 홍보포스터들.. 나 스페인에서 레알 투우 볼 수 있는 건희!!!! 완전 설레는 맘으로 표를 사러 나섰다. 꽤 유명한 투우사 인지 다른 날에 있는 경기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쌌다. 암표상에게 붙잡혀 낚일 뻔 하는데 지나가던 남자가 아주 강렬한 눈빛과 함께 나를 가르키며 Entrada!!!!라고 하더니 이 새끼가 남의 장사 방해하냐는 암표상이랑 한 판 붙을 기세 ㅋㅋㅋ 나는 표를 다시 돌려 주고 매표소에 가서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경기 시작 30분 전 부터 경기장 주변 반대편 차선을 완전 점령한 투우 반대 시위..호루라기를 불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계속 했다. 시위대를 보니 한편으로는 약간의 죄책감 같은 것이 들었다. 볼까 말까 앉아서 좀 고민하다가..봤지 뭘....ㅠㅠ
스페인 경찰 차가 길을 터주고 시위가 안전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이 인상 적이었다..도로의 한 차선을 완전히 점령한 것임에도..내심 이러다 시원~허게 날씨도 더운데 시위대에게 물대포 쏘는게 아닌가..싶었는데 경찰은 그냥 시위 도우미, 안전요원의 역할 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앞좌석이라 무서웠다..소가 달려드는거 아닌가..예전에 티비에서 관중석으로 달려드는 소를 본 적이 있는거 같은데.. 7시 반이 되자 악대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투우사들이 입장하고 2명의 기수들과 말을 탄 투우사들이 입장했다. 투우장을 한 바퀴 돌며 스페인 국기에 경례도 하고, 의식 같은걸 치뤘다.
나는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는 아주 막 엉덩이가 들썩 들썩 하는 투우를 상상했지만 그냥 더워서 땀이 날 뿐.. 긴장감 제로..누가봐도 인간이 이기는 게임. 투우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투우사 1명과 소 1마리의 싸움 인줄 알았더니 6명의 투우사가 돌아가면서 소를 약올리고 갑자기 말을 탄 투우사가 창으로 찌르고, 또 약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짧은 창 2개씩 3회가량 또 찌르고 마지막 한 명의 투우사가 지칠 때로 지친, 거의 죽어나가는 소와 함께 내가 알고 있던 '투우'를 시작한다..
소가 쓰러지면 투우사가 소의 이마를 칼로 후벼 판다고 해야하나.. 뭔가 푹푹푹 하더니 소는 파닥파닥 거리다 죽는다. 그러더니 말이 갑자기 등장. 소를 뒤에 매달고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경기장 밖으로 사라진다.... 중간에 소가 무릎을 꿇으면 살려 주는 규칙도 있는듯.
투우사들의 몸짓과 연기력은 예술..이었지만 잔인하다면 잔인한 문화다 귀족문화였어서 그런가효... 나도 처음엔 어이구야..하면서 못볼 걸 봐버렸네 하고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는데, 2번 보고 3번보니 소가 죽고 피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버렸..그냥 경기 보면서 이런 생각 했다.. 진짜 소 vs 인간 일대일 현피떠서 인간이 지면..말 뒤에다 사람 매달고 끌고 가는 장면..웁쓰.. 아무리 생각해도 소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이 날 6번의 경기가 있었는데 중간에 나와버렸다. 왜?..그냥..그냥..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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