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검색창에 입력했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이라는 정의가 나왔다.
예문으로는 1. 외국에 대한 선입견 2. 선입견을 품다 3.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사물을 대하다. 단순하지만 좋은 예문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해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도대체 몇 개나될까!! 어쩌면 나는 선입견으로 똘똘 뭉쳐서 사물과 사람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소신, 자신있는 주관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선입견의 다른 형태는 아닐까.. 기타 등등.
이 밤에 이렇게, 그것도 매우 진지하게 땅굴을 파게 되는 건 지난 주 다녀왔던 '윤하의 소극장 콘서트'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윤하의 오래된 팬이기 때문에 100% 타의로 간 공연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윤하에 대해 완전 무관심+ 심드렁했던 내애웨웨가아아!?! 눈물 콧물 다 쏟고 왔다 ^_T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윤하의 소극장 콘서트 (2014년 6월 7일) 그 날 이전과 이후에 대해 몇 자 끄적여 보고자 한다.
1. 윤하에 대한 선입견
윤하가 데뷔 10주년이라고 한다. 작은 체구로 피아노를 치며 비밀번호 486을 부르 던 모습을 처음 본게 내가 고등학생 때였나?
그 어린 나이에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서 활동하다 한국에 돌아와 피아노락이라는 전에 없던 장르를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였던 윤하.
그녀도 어느 덧 자신의 음악 세계를 무려 10년 동안 구축해 온 짬(?)좀 있는 뮤지션이 되었다. 나는 당시 윤하의 팬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그냥 노래 잘하는 대중가수 정도로 생각했다.
일본 애니매이션 OST를 부르면 딱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 순수한 짝사랑+ 이별 노래 전문 가수, 그녀 또래의 아이돌 가수들과는 다른, 어떤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강단있는 가수라는 그런 이미지가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윤하'였던 것 같다.
2. 선입견을 품다.
그래도 부정적인 선입견은 없었다. 그녀가 어떤 인터뷰에서 '토이라는 가수가 누군지도 몰랐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기 전까지는..
나는 토이 객원 가수들과 유희열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 인터뷰와 신문 기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작곡자의 음악 성향도 파악하지 않고 생각 없이 그저 곡 받아서 노래만 부르는 가수인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 개념을 가진 가수는 토이의 객원 가수로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 은 윤하의 목소리와 참 잘 어울리고 지금도 즐겨 듣는 명곡 중의 명곡이지만 그 날 이후로 나는 내 머리속에 공식하나를 추가하게 되었다. 바로 '윤하 = 강단 있는게 아니라 거만하고 기고만장한 연예인" 이라는 고정관념...그녀가 당시 해명을 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그 해명기사도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는 윤하에 대해 무관심해졌다..
3.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윤하를 대하다.
내 남자친구는 윤하의 왕팬이다. 콘서트에서 심지어 포옹도 해봤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가진 윤하 고정관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크흡.
나도 이런거에서 질투 느끼는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보다... 왜 하필 윤하를 좋아할까? 라는 생각도 하고 차라리 소녀시대 윤아라면 내가 이해를 하겠다 라는 생각도 해봤다.
어쩔 수 없이 이번 공연도 남자친구가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간 것이었다..
일단 가긴 갔으나, 관객의로서의 본분은 다하기로 하고 착석했다. 6시 공연이 시작하고 비밀의 화원이라는 타이틀답게 요정처럼 윤하가 등장했다.
소극장이었기 때문에 윤하가 정말 가깝게 느껴졌다. 동화속 마을 같은 무대 세트와 세션을 굉장히 돋보이게 만든 무대 구조도 인상 깊었다. 사진에 보이는 꽃들은 페트병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어 보였다. 윤하는 노래를 정말 잘했다. 2곡 - 3곡 연달아 불렀는데도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그리고 무대 매너도 참 좋았고.. 별밤지기로 다져진 내공 때문인지 멘트도 재밌게 치고 관객을 사로잡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ㅎㅎ 이렇게 나는 공연을 보면서 윤하에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시어머니의 눈빛으로 공연을 지켜보던 나의 마음은 눈 녹듯 그렇게 편해지고 있었다.
도도하고 거만할 것 같던 그녀는 아주 싹싹하게 팬들과 소통했다. 공연을 윤하와 팬들이 절반씩 서로 서로 뚝딱 뚝딱 만들어 갔다. 팬들을 직접 무대에 올려 고민을 들어주고, 그녀의 친구가 직접 나와서 윤하와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팬들도 무척 좋았겠지만 윤하 자신도 팬들에게서 힘을 팍팍 얻어 갔다. 내가 정말 윤하를 다시 본 것은 그녀가 울먹이며 팬들에게 하던 이야기었다. "나는 생각보다 못나고, 팬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며, 앨범 하나를 낼 때마다 팬들의 기대에 못미칠까봐 언제나 전전 긍긍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좋아하는 음악이 아닌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계속해서 하겠다." 라는 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첫번째로는 자기 음악 색깔을 지키려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대단한 신념 때문에 두번째로는 가수와 인간 윤하사이에서 그동안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마음. 마지막으로는 나의 잘난 선입견, 그리고 그 선입견을 만들어 준 미디어때문에 윤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 주는 'Home' 이라는 곡.. 이 노래를 듣는데 정말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가사하나 하나가 정말 나를 관통하는 그 기분.
장필순님의 제비꽃을 눈 앞에서 들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ㅠㅠ 올해 들어서 버티기 힘들 정도로 안 좋은 일들이 몰아 쳤고 그것 들을 긍정의 가면으로 꾹 숨기고 살았는데 이 곡을 듣자마자 참았던 불안함, 우울, 무거운 짐들이 조금씩, 조금씩 치유되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윤하 뿐 아니라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살아온건 아닌지. 그걸 알면서도 이게 소신이고, 내 주관이라 치부하며 선입견으로 점철된 삶을 살진 않았는지..
윤하가 제대로 나의 뒷통수를 친 공연이었다. '언니! 정신차려요!' 라고 한 대 퍽! 맞은 고마운 공연.
그리고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기대하지 않은 사람에게 음악으로 치유받은 공연.
약속했던 150분을 넘기고도 모자라 무려 4시간을 팬들과 함께 한 그녀의 진심어린 마음이 참 예뻤던 공연.
아이유가 객석에 왔다지만 내 눈에는 윤하가 더 돋보였던 공연.
그리고..윤하의 '팬'이 되어버린 공연.
윤하가 그녀의 길을 어떠한 의심 없이, 휘청거림 없이 걸어가고 그렇게 자신의 음악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10년 전 한국대중음악사에 말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던 윤하. 작은 손으로 피아노를 치며 사랑스럽게 노래를 부르던 그 때 모습처럼, 반짝반짝 언제나 빛났으면 좋겠다.
그래, 다음에 또 널 보러 갈께 윤하야 (남자친구랑 같이 가도 뭐라 하지 마. 그 사람은 뼛속까지 네 팬이니까 ㅋㅋㅋ).
이 글을 쓰면서도 내 아이폰에서는 Home이 반복 재생 되고 있다. 마무리는 Home의 가사로..
매일 치열하게 살아 올라서려 했던 곳. 그곳엔 내가 없었지.
돌아가기엔 참 멀고, 다시 걷긴 아득해. 한참을 멈춰있던 날-.
불안함 가득한 뒤척임, 쉴 곳이 없던 나의 집, 버티고 버텨낸 시간들.
누구나 다 그런 순간을 안고 살아, 나를 안아주고 감싸주며 말을 했어.
차갑던 숨이 녹아 아이처럼 울었지 난 너로 인해 I`m Home, I`m Home.
모든 게 참 쉽질 않아, 그냥 되는 게 없지. 그런데 네가 있어서.
돌아갈 곳이 있는 난, 강해지기로 했어. 그래 난 네가 있어서.
한 번 더 해볼 용기를 내 나를 믿어 보기로 해 너에게 보여 주려 해.
너는 언제나처럼 잘 하고 있어. 내게 눈 맞추고 빛이 나게 웃어주네.
세상이 언제라도 나를 버린다고 해도 상관없지 I`m Home, I`m Home.
매일 치열하게 살아 올라서려 했던 곳, 그곳엔 내가 없었지.
모든 게 참 쉽질 않아 그냥 되는 게 없지.
그런데 네가 있어서, 네가 있는 곳.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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