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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Denmark

[덴마크] 이상한 동네 'Christiania'

 덴마크로 떠나기전 친구가 코펜하겐에는 '도시 안의 또 다른 도시'가 있다며 Christiania 라는 곳을 꼭 가보라고 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코펜하겐에서 기억에 남는 건 이 곳 뿐이었으니까.. 예술가, 무정부 주의자, 이민자..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도시 안에서 자치정부, 자치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다. 덴마크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자기네들의 법과 정책이 있고 자급자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Christiania 공식 홈페이지


  다른 세계에 온 기분 이었다. 드럼통에 불을 피워 놓고 마리화나를 팔고 피워 대는 부랑자들, 아나키즘이 써있는 티셔츠를 입고 존 레논(?)처럼 생긴 백인 부류들, 네팔이나 몽골인 처럼 보이는 아시아인들, 기념품을 팔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다들 무척 잘 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이 곳의 규모는 컸다!! 강을 따라서 1km 정도 마을이 있었고, 강 건너에도 이 만큼의 집들이 있었다. 지나가다 나귀를 끌고 다니는 소녀를 보았다..자기네 삶의 방식에 따라 자유롭게 사는 저 모습ㅎㅎ.


  집들도 자기들 손으로 직접 뚝딱뚝딱해서 만든 집들이니 어떻게 보면 막사 느낌이 마구 들지만..낙서도 해놓고 귀엽게 조그만 장식도 센스 있게 해놓았다. ㅎㅎ 


세금도 안내고, 부랑자들은 마리화나 피워대고 어떻게 보면 막장 공동체로 보이겠지만 여기 안에는 당연히 교육시설도 있고 미디어도 있고, 신문도 있고, 자치적으로 만든 규칙들이 있다. 다들 이 규칙들을 잘 따르는 것 같았다. 마리화나를 마구 피워대는 부랑자들의 수를 감안한다해도 범죄율은 낮은 수준; (하지만 몇 년전 총격 사건이 있다 들었다..ㅎㄷㄷ)


  '사람'이 우선인 공동체 이다 보니 자동차는 이 마을 안에서 허용 되지 않는다.

 
   나가는 문엔 넌 지금 EU로 들어가고 있다규!!! 라고 써있었다. 이 공동체도 어느 정도 상업화 되고 관광화 되서 반대의 목소리도 좀 있는 듯; 덴마크 정부도 여기 쓸어 버릴려고 몇 번 시도도 했었고.. 언제까지 이 공동체가 지속 될 진..모르겠으나, 나보고 여기서 살 수 있겠냐? 라는 질문엔.. 음.. 글쎄올시다. 
 
  여기 사람들은 자기네 나름대로의 복잡한 사연이 있어 이 곳에 흘러 들어 왔을 거다. 사실..솔직히 나는 격렬한 사회 변동이나, 전쟁, 충돌, 정신적 충격..을 겪지 않아서 인지 이 사회가 조금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 썩을 대로 썩은 거 잘 알고 있고 더럽고 치사한거 잘 알고 있지만 세금을 내면서 사회와 나라 안에서 얻는것도 많다. 또한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가느다란 믿음도 있고.. 또, 한국 사회가 완전히 절망적이진 않으니까. 촛불시위도 그렇고, 한국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 비판하고 그것을 표출해 낸다. 더 나은 세상을 항상 바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희망을 찾는게 이게 나한테 가장 편한 방법인듯..